수직농장

도시 재난 대비형 수직농장 설계 – 정전, 단수 상황에서의 비상 운영 전략

dreaming-note 2025. 8. 23. 09:35

21세기 도시는 편리함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발전해왔지만, 동시에 각종 재난에 취약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전력망이나 상수도망에 작은 문제가 발생해도 도시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지며, 이러한 인프라 의존성은 먹거리 공급에도 직격탄을 줍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폭우, 지진, 전력난, 전쟁과 같은 위기 상황이 늘어나면서 도시는 재난에 대비한 자급형 먹거리 생산 시스템을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수직농장(vertical farm)은 단순한 농업 혁신을 넘어, 재난 상황에서 도시를 지탱할 수 있는 식량 안전망으로서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도시 재난 대비형 수직농장 – 정전, 단수 상황 전략

 

하지만 대부분의 수직농장은 평시의 안정된 전력·수도망을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정전이나 단수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따라서 도시 재난 대비형 수직농장을 설계하려면, 평시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비상 상황에서의 독립적 운영 전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정전과 단수라는 두 가지 주요 재난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도시 재난 대비형 수직농장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어떤 비상 운영 전략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이는 도시 농업이 단순히 친환경·미래 지향적 선택지를 넘어, 도시 생존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보여줄 것입니다.

 

정전 상황에서의 수직농장 비상 운영 전략

수직농장의 가장 큰 특징은 인공광과 전자 제어 시스템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LED 조명, 환경 센서, 환기 장치, 펌프, 냉난방 시스템 등 모든 요소가 전력 공급 없이는 작동할 수 없습니다. 정전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농장의 존속을 위협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첫째, 에너지 자립 시스템 구축이 핵심입니다. 태양광 패널과 소형 풍력 발전기를 결합해 기본적인 조명과 펌프 구동에 필요한 전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태양광 발전만으로 대형 농장을 운영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의 생존 모드(생장 유지 수준의 광량, 순환 펌프 유지)에 필요한 전력은 공급 가능해야 합니다. 여기에 고효율 배터리나 ESS(에너지 저장 장치)를 설치해 낮 동안 축적한 전력을 야간이나 긴급 상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조명 운영 전략의 전환입니다. 정전 시 모든 작물에 평시와 동일한 광량을 공급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때는 성장 단계별로 작물을 구분해, 생장 초기 작물은 광량을 줄이고 수확 직전 작물에 우선 공급하는 방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또한 전체 면적을 가동하기보다 일부 구역만 ‘생존 구역’으로 지정해 전력을 집중 공급하는 전략도 필요합니다.

셋째, 수동 환기 시스템을 병행해야 합니다. 전기 환풍기가 멈출 경우 온습도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비상시 수동으로 개폐 가능한 환기창, 자연 통풍 설비를 마련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전력 IoT 기기 활용이 중요합니다. 평시에는 스마트 제어 시스템을 활용하되, 정전 시 최소한의 필수 센서와 알람 장치만 작동할 수 있도록 저전력 모드로 전환되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하면 운영자는 비상 상황에서도 농장의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단수 상황에서의 수직농장 비상 운영 전략

수직농장은 전력만큼이나 수자원 의존도가 높습니다. 대부분 수경재배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단수 사태는 곧바로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상시에도 최소한의 수자원을 확보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첫째, 물 재활용 시스템입니다. 평시에도 배출되는 배액을 여과·멸균하여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두면 단수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합니다. 여기에 활성탄, UV 살균, 막 여과(Membrane filtration) 시스템을 결합하면 재사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둘째, 빗물 활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건물 옥상이나 외벽에서 모은 빗물을 집수해 간단한 정수 과정을 거쳐 농장용 보조수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도심 지역에서는 빗물 재활용률이 낮기 때문에, 이를 농장용으로 전환하면 단수 시에도 최소한의 운영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셋째, 작물 생존 모드 운영입니다. 평시에는 지속적인 양액 순환을 유지하지만, 단수 상황에서는 작물의 필수 요구량만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합니다. 예를 들어, 하루 단위로 펌프를 가동하던 것을 이틀에 한 번 가동하거나, 작물별 필요량을 계산해 우선순위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넷째, 소형 저장조와 비상 급수 시스템을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수직농장은 일반적으로 중앙 대형 탱크를 사용하지만, 단수 대비를 위해 각 구역별로 소형 저장조를 배치해 두면, 최소한의 물 공급이 가능합니다. 또한 비상시에는 휴대용 물통이나 펌프를 이용해 수동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수자원 대비 전략은 단순히 재난 상황뿐만 아니라 평시 운영에서도 물 사용 효율을 높이고,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이점이 있습니다.

 

통합 설계 – 전력·수자원 이중 위기 대응 구조

정전과 단수는 각각 독립적인 문제로 보이지만, 실제 재난 상황에서는 두 가지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도시 재난 대비형 수직농장은 전력과 수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첫째, 모듈형 농장 설계입니다. 수직농장을 여러 개의 독립 모듈로 나누어 설계하면, 일부 구역이 전력이나 수자원 부족으로 가동 중단되더라도 나머지 구역은 계속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체 농장의 붕괴를 막는 핵심 전략입니다.

둘째, 에너지·물 순환 결합 시스템입니다. LED 조명과 냉난방에서 발생하는 열을 회수해 온수 공급이나 공기 중 수분 응축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열과 수분을 동시에 재활용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어, 전력과 수자원의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셋째, 비상 운영 알고리즘입니다. AI 기반 제어 시스템이 재난 상황을 인식하면 자동으로 생존 모드로 전환해, 에너지·물 사용을 최적화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부 구역 조명 꺼짐 → 펌프 간헐 가동 → 환기 최소화 같은 단계별 대응 시나리오를 미리 설계해두는 것입니다.

넷째, 분산형 재배 모델입니다. 대규모 중앙집중식 농장보다는, 소규모 분산형 농장이 지역 곳곳에 배치되는 구조가 재난 대응에 더 유리합니다. 이렇게 하면 한 곳이 피해를 입어도 전체 공급망이 붕괴되지 않습니다.

 

사회적·미래적 의의 – 도시 생존 인프라로서의 수직농장

도시 재난 대비형 수직농장은 단순한 농업 기술이 아니라, 도시 생존 인프라로서의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 식량 안보 강화입니다. 정전이나 단수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심 내에 갖춘다는 것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둘째, 커뮤니티 기반 회복력 강화입니다. 수직농장이 지역 단위로 설치되고 운영된다면, 재난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농업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위기 대응 허브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셋째, 지속가능성과 ESG 가치입니다. 재난 대비를 위한 자립형 에너지·수자원 시스템은 평시에도 환경 부담을 줄이고, 기업이나 지자체의 ESG 전략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넷째, 미래 도시 모델로의 확장입니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시대에 도시는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생산과 순환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자급형 생태계로 진화해야 합니다. 재난 대비형 수직농장은 그 핵심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도시 재난 대비형 수직농장 설계는 단순한 기술적 혁신이 아니라, 도시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강화하고, 인간의 생존을 지탱하는 필수 인프라로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