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살다 보면 하루에도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쏟아져 나옵니다. 저 역시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할 때마다 “이게 다 어디로 가서 처리될까?”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불편했고, 매번 종량제 봉투를 사서 버리는 것도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시켜 농업용 영양액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고, 작은 실험을 직접 시작해 보게 되었습니다. 수직농장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만약 음식물 쓰레기를 농업 자원으로 바꿀 수 있다면 환경 문제도 해결하고 동시에 농업 생산성도 높일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바이오 영양액으로 바꿔 수직농장에 적용해본 저의 경험을 기반으로, 이 시스템이 가지는 기술적 원리와 실제 순환 구조, 운영하면서 느꼈던 어려움과 해결 방법, 그리고 앞으로의 의미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 기반 바이오 영양액의 필요성과 원리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단순했습니다. 집에서 매주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보면서, '이 많은 양이 그냥 버려진다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음식물 쓰레기에는 식물이 필요로 하는 질소, 인, 칼륨과 미량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다만 그대로 사용하면 악취, 병원균, 염분 문제 때문에 작물이 오히려 해를 입습니다.
제가 처음 시도한 방식은 발효 처리였습니다. 쌀뜨물과 유산균 발효제를 섞어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시키고, 며칠 뒤 액체 부분을 거른 뒤 희석해 사용했습니다. 처음에는 비료 냄새가 심해 주변에서 고개를 저었지만, 희석 비율을 맞추니 상추와 허브가 눈에 띄게 잘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는 더 체계적인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작은 혐기성 발효통을 설치했습니다. 음식물을 넣고 밀폐하면 미생물이 분해하면서 액체 비료 성분이 나오는데, 이를 거름망으로 걸러내어 사용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액체는 기존 시중 영양액보다 작물의 생장이 뒤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성분이 일정하지 않아 매번 희석 비율을 조절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충분히 가능성을 확인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깨달은 점은, 음식물 쓰레기를 단순히 버려야 할 “쓰레기”가 아니라, 올바른 발효와 정제 과정을 거치면 도시 농업에 쓸 수 있는 훌륭한 자원으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수직농장과 결합한 재활용 순환 구조
제가 운영한 소규모 수직농장은 아파트 베란다와 근처 공유 오피스 공간에 설치한 랙형 시스템이었습니다. LED 조명과 간단한 NFT 수경재배 장치를 사용했는데, 여기서 만든 바이오 영양액을 본격적으로 적용해봤습니다.
구조는 단순했습니다.
- 가정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통에 넣음
- 며칠 뒤 액체를 추출하고, 미세 필터와 자외선 살균기를 거쳐 정제
- 농장에서 사용하는 물탱크에 영양액을 일정 비율로 희석해 공급
이렇게 순환 구조를 만들자, 매주 버리던 음식물 쓰레기가 절반 이상 줄었고, 동시에 영양액 구매 비용도 크게 아낄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시중에서 영양액을 정기적으로 사야 했는데, 직접 만든 바이오 영양액을 쓰면서 비용 절감 효과가 체감될 정도였습니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웠던 점은, 농장에서 재배한 상추와 허브를 집에서 다시 먹고, 그 부산물이 음식물 쓰레기로 나오며 다시 발효되어 농장으로 돌아오는 완벽한 순환 구조를 체험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말 그대로 ‘도시 속 작은 순환 생태계’를 구축한 셈이었습니다.
운영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해결책
물론 이 과정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품질의 안정성이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의 종류에 따라 영양액 성분이 달라졌기 때문에, 어떤 때는 작물이 잘 자라고 어떤 때는 성장이 더뎠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성분 분석 키트를 구입해 NPK 비율을 간단히 체크하고, 부족한 성분은 보충제를 소량 추가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췄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위생과 냄새였습니다.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가 집안에 퍼져 가족들이 불편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소형 환기 팬과 활성탄 필터를 장착한 덮개를 만들어 해결했고, 정제 과정에서 UV 살균기를 추가해 안전성을 확보했습니다.
세 번째는 주변 사람들의 인식이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비료라니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습니다. 하지만 직접 키운 상추와 허브를 나눠주고, 맛과 신선도를 보여주니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오히려 “환경에도 좋고 맛도 좋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기술적 문제보다도 인식 개선이 더 큰 과제라는 점입니다. 결국 사람들은 눈으로 보고, 직접 경험해야 확신을 갖습니다. 그래서 저는 블로그와 소셜미디어에 이 과정을 기록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덕분에 작은 커뮤니티에서 '도시 음식물 자원 순환' 프로젝트를 함께 시도해보자는 제안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의미와 미래 전망
저의 작은 실험은 규모 면에서는 미약했지만, 앞으로의 도시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엿볼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바이오 영양액으로 전환하고 수직농장에서 재활용하는 구조는, 단순히 개인 차원의 절약이 아니라 도시 차원의 지속 가능한 순환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첫째, 환경적 가치가 큽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동시에 메탄가스 배출을 억제할 수 있고, 이를 농업 자원으로 활용함으로써 탄소 발자국을 줄입니다.
둘째, 경제적 가치도 분명합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농장 운영자는 영양액 구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바이오가스 발전과 연계해 추가적인 수익 모델도 가능합니다.
셋째, 사회적 가치도 큽니다. 저처럼 작은 규모라도 경험해본 사람들은 ‘쓰레기=자원’이라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이는 지역 커뮤니티에서 환경 교육이나 친환경 캠페인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넷째, 미래 확장성이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시도한 방식이지만, 이를 제도화하고 기술을 표준화하면 도시 전역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 바이오 영양액으로 전환하고, 지역 수직농장에 공급하는 모델이 가능해집니다. 이는 곧 ‘도시 순환형 농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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